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ѰԽù 253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조회 수 6539 추천 수 0 2010.06.15 17:06:03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 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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