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작
천지창조와 신들의 계보에 대하여 서술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神統記)》에 따르면, 최초로 '무한한 공간' 인 카오스가 생기고, 뒤를 이어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 와 모든 물질을 서로 결합, 생성하게 하는 정신적인 힘인 에로스(Eors)가 생겨났다.
카오스(Chaos) 는 최초의 우주상태,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고 혼돈과 무질서 그 자체인 상태를 말한다. 이 카오스는 형태 없는 혼란 덩어리요 한 사물에 불과했으나 그 속에는 여러 사물들의 씨가 잠자고 있었다.
카오스로부터 '닉스(Nyx:밤)' 와 '에레보스(Erebos:어둠)' 가 태어났다. '닉스' 는 밤하늘의 맑은 어두움이고 '에레보스'는 땅속의 칠흑 같은 어두움이다. 이 둘은 서로 어울려 맑은 대기인 '아이테르(Aither:창공)' 와 '헤메라(Hemera:낮)' 를 낳았다. 이렇게 해서 카오스로부터 모든 천체가 운행할 우주의 드넓은 어둠과 낮과 밤의 세계가 생겨났다. 이렇게 형태와 모양이 갖춰진 질서정연한 우주의 모습이 코스모스(Cosmos) 이다.
가이아(Gaia:대지)는 모든 세계의 근원으로, 우선 우라노스(天空)와 폰토스(大洋)를 낳고, 우라노스(Uranus)와 결혼하여 12명의 티탄(Titan) 과 퀴클롭스(Kyklops), 헤라콘케이르를 낳았다. 티탄족들은 레아(Leah), 오케아노스(Oceanus), 크리오스(Crius), 히페리온(Hipherion), 테이아(Theia), 코이오스(Coeus), 이아페투스(Iapetus), 포이베(Phoebe), 크로노스(Cronos), 테티스(Tethys), 테미스(Themis), 므네모시네(Mnemosyne) 이다. 이들은 원시적인 자연력의 상직이며, 후에 천상을 지배할 올림포스(Olympos) 신족의 선조격인 것이다.

신들의 전쟁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Ouranos vs Kronos)
하늘과 땅이 정비되자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낳은 무시무시한 자식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 빛이 닿지 않는 가이아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가두었다. 가이아는 덩치 큰 자식들이 자신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바람에 괴롭게 되었다.
가이아는 티탄신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인 크로노스(Kronos) 를 앞세워 우라노스에 맞서기로 했다. 가이아는 '스키테' 라는 거대한 낫을 크로노스에게 주었는데, 크로노스는 이 낫으로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로 던졌다. 우라노스에게 권력을 주었던 가이아는 이렇게 하여 그를 다시 권좌에서 내쫓았다. 이후로 우주 최초의 부부였던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영원히 갈라서게 된 것이다. 이제 하늘과 땅은 멀리 떨어지게 되어 더 이상 섞이는 일이 없게 되었다.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 : 티탄 과 제우스 (Titan vs Zeus)
크로노스우주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크로노스는 자신의 형제들인 티탄족들은 모두 구출했지만, 보기 흉한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들은 그대로 땅 밑에 가두어놓았다. 이것을 섭섭하게 여긴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자신의 아들에 의해 쫓겨날 것이라는 저주를 했다. 불안해진 크로노스는 그의 아내 레아에게서 자식이 태어나면 모두 삼켜버렸다. 그들은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이다.
마지막 아들인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돌을 자신의 옷에 싸서 아기라고 속여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크로노스는 레아의 속임수에 넘어가 돌을 삼켜버렸다. 제우스는 숲속 님프들의 손에서 자랐고 성장한 뒤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대항했고, 먼저 크로노스가 삼켜버린 다섯 형제자매들을 모두 토해내게 했다. 그들은 죽지 않는 신들이라서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크로노스에게 구출된 그들은 제우스를 지도자로 삼고 티탄족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올림포스의 제우스와 형제들은 티탄족의 감옥에 갇혀있던 키클롭스들과 동맹을 맺었다. 이들 키클롭스들은 훌륭한 대장장이 들이었는데, 제우스에게는 번개를, '포세이돈(Poseidon)'에게는 삼지창 '트라이아나(Triaina)'를 '하데스(Hades)'에게는 머리에 쓰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게 되는 황금투구 '퀴네에(Kynee)' 를 무기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티탄족들과 올림포스신들과의 전쟁을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고 한다. 이 전쟁은 9년 만에 제우스의 승리로 끝남으로써,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전쟁에서 진 크로노스를 위시한 티탄들은 땅속 깊은 곳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티탄 가운데 '아틀라스(Atlas)' 만은 제우스로부터 영원히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무서운 벌을 받게 되었다.
티탄족을 정복한 후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는 제비를 뽑아 세계를 나누어 다스리기로 했다. 그 결과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다스리게 되었다.

*제우스의 권력투쟁 : 기간테스와의 전쟁 (The War Of Guigantes)
새로운 승리자 제우스는 티탄신들을 땅속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이러한 제우스의 처리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긴 가이아는 기간테스들을 낳아 제우스에게 복수하려 하였다. 기간테스들은 큰 몸집에 힘이 세고 사나운 종족으로, 올림포스신들에게 도전하여 격렬한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전쟁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올림포스 신들은 용감히 싸웠지만 기간테스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올림포스 신들만으로는 이 전쟁을 이길 수 없었다.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만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신탁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헤라클레스가 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었고, 결국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전쟁은 끝이 났다.

*제우스의 권력투쟁 : 튀폰과의 전쟁 (The War of Typhon)
제우스가 기간테스까지 물리치자 가이아는 자신의 뱃속 깊숙한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와 어울려 막내아들 '튀폰(Typhon)'을 낳았다. 튀폰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뱀이었는데 힘과 몸짓은 당할 자가 없었다. 키는 기간테스보다도 커서 일어서면 머리가 별에 부딪히고 손을 뻗으면 하늘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닿았다.
손가락 대신 뱀이 백 마리나 달려 있었고 허리 아래로는 독사들이 감겨 있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고 독사들은 검은 혀를 날름거리며 끊임없이 불꽃을 뿜어 대며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가 튀폰의 공격까지 막아내자 그의 권좌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되었고, 우주에는 질서 있는 안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티탄족으로 그리스어로 그의 이름은 '미리 알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 라는 뜻이다. 티탄족이 올림포스 신들과 전쟁을 치를 때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포스의 신들이 승리할 줄 미리 알았기 때문에,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 :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와 함께 티탄족 편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두 형제는 대부분의 티탄족 들에게 내려진 징벌을 모면할 수 있었다.
티탄족과의 전쟁이 끝나자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인간을 창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프로메테우스는 대지에서 흙을 조금 떼어내어 물로 반죽하여 인간을 신의 형상과 같이 만들었다. 그는 인간에게 직립자세를 주었으므로 다른 동물은 다 얼굴을 밑으로 향하고 지상을 바라보는데, 인간만은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별을 바라보게 된것이다. (불핀치 : 그리스 로마 신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인간과 그 밖의 동물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주거나 하는 일을 위임받았다. '나중에 생각하는 자' 라는 뜻의 에피메테우스가 이 일을 맡았고, 프로메테우스는 이일이 다 되면 그것을 감독하기로 했다. 에피메테우스는 각기 동물들에게 용기 · 힘 · 속도 · 지혜 등 여러 가지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 될 인간의 차례가 오자 에피메테우스는 이제까지 그의 자원을 몽땅 탕진하였으므로 인간에게는 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형인 프로메테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했다.
불의 선물을 받은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더 월등한 존재가 되었다. 이 불을 사용하여 인간은 무기를 만들어 다른 동물을 정복할 수 있었고 도구를 사용하여 토지를 경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몰래 불을 선물한 죄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게 된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매일 독수리가 와서 그의 간을 쪼아 먹었지만 그는 신이었기에 죽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살은 살아났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한 일들은 제우스의 권위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부당한 수난에 대한 영웅적인 인내와 압제에 반항하는 의지력의 상징이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절벽에 묶어 벌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들에게도 직접 벌을 내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신들로부터 온갖 선물을 받고 태어난 최초의 여인 판도라(Pandora)가 태어났다.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참을성을, 아테나 여신은 방직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아프로디테는 매력과 교태를, 가슴에는 격렬한 욕망과 몸을 나른하게 하는 생각을 주었다. 헤르메스는 염치없음과 교활한 성격과 거짓말을 판도라에게 주었다.
이 여인은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 이라는 뜻의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졌는데, 제우스의 선물을 조심하라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듣긴 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판도라의 모습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그만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판도라는 하늘에서 내려올 때, 신들로부터 상자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그 상자에는 인류의 모든 재앙이 들어 있었는데 유일한 선은 '희망' 뿐이었다. 절대 그 상자를 열어봐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듣긴 했지만, 호기심에 못이긴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보았고 그 안에서 온갖 불행과 재앙이 퍼져 나와 인간세상으로 퍼져나갔다. 깜짝 놀라 뚜껑을 얼른 닫았지만 이미 그 안에는 다른것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 그때부터 인간은 온갖 불행과 어려움속에 절망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간직하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인간을 축복하기위해 하늘로부터 보내졌다는 것이다. 그녀의 결혼을 축복하는 선물로 여러 신들이 선물한 물건이 든 상자를 받았다. 그녀는 무심코 그 상자를 열었는데 신들의 선물이 모두 다 달아나고, 오직 '희망' 만이 남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