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의 사과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아들로, (인류의 수호자를 뜻하는 알렉산드로스 Alexander 라고도 불렸다.) 헤카베는 파리스가 태어날 때 온도시가 불타는 꿈을 꾸었는데, 예언자는 그것이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하는 불길한 전조이며 아기가 태어나면 죽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리아모스왕은 파리스가 태어나자 양치기에게 아기를 이데 산에 버리도록 했다. 양치기가 아기를 버린 후 5일 만에 다시 가보니 놀랍게도 아기는 곰의 젖을 먹고 아직 살아있었고, 아기를 불쌍히 여긴 양치기는 자신이 직접 아기를 키우기로 했다.
이데 산에서 양을 치며 평화롭게 살고 있던 파리스의 운명을 바꾸고, 트로이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은 '황금사과' 에서 시작되었다.

뮈르미돈의 왕 펠리우스와 바다의 요정 테티스(Thetis)의 결혼식 날...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고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우연한 실수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만이 제외되었다. 혼자 제외된 데 분노한 에리스는 좌중에 황금 사과를 하나 던졌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 황금사과를 두고 세 명의 여신 -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각각 자신의 고귀한 아름다움을 내세우며 자신이야말로 그 사과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세 여신은 조금도 양보 없이 싸우게 되었고, 다른 신들에게 판결을 부탁했지만 다른 신들 역시 선택되지 못한 두 여신의 원한을 사기 싫어 판결을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그 황금 사과를 두고 아옹다옹하던 질투심 많은 세 여신이 올림포스 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데(Ide) 산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헌칠한 청년을 발견했다. 그 청년은 바로 사과를 사이에 두고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될 당시에 태어난 파리스였다.
세 여신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들이라서 한눈에 청년이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청년은 자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세 여신은 문득 그 청년이 자기네 세 여신의 정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신의 정체를 모른다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던져주고는, 그의 앞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 판결을 부탁했다.
먼저 눈부신 갑옷을 차려입은 모습의 아테나 여신이 앞으로 나서서 칼날 같은 잿빛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보며,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주면 전투에서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헤라 여신이 신들 궁전의 왕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눈이 깊은 바다처럼 파란 아프로디테가, 꼬아 놓은 금실 같은 타래 머리를 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택했고 여신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헬레네를 아내로 맞게 되지만 그것은 트로이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파리스는 전쟁 중에 그리스의 최고 영웅인 아킬레우스를 죽이지만, 얼마 후 자신도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