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신화
로마 인들은 주위에 수많은 신들의 위력을 느끼고 살았지만, 세상의 기원이나 종말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역사에 애착을 갖고, 거기서 전설을 모방했다. (그리스로마신화 - 콜레트 에스틴ㆍ엘렌 라포르트)

로마 신은 절대 포악하지도 못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온화하고 친숙하며 우호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의무를 강요하지만 변덕을 부리지는 않는다. (알베르 그르니에. 프랑스의 역사가. 1878~1961)

보통 로마인들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실용주의 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들은 전투에 이겨 정복한 나라에 대해서도 그들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해 주었고, 정복민에 대한 로마시민권부여와 스스로의 자치를 인정해주기도 했다. 또 그들은 개인간의 능력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해주었다. 로마인은 세계사에서 다신교를 인정하면서 제국을 건설하였던 유일무이한 민족이라고 한다. 테베레강가의 작은 농업국가에서 광대한 영역을 가진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그들의 개방성- 패자까지도 자신들에게 동화시키는- , 개척정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로마인들은 정복한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룩해놓았던 그리스에 대해 로마인들은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으로, 아이네이아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다. 그가 그리스군에 의해 함락된 트로이에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아프로디테가 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건국신화에 그리스의 여신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로마인들게도 그들의 전통적인 신들이 있었지만, 다른 민족 특히 그리스의 신들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신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주고 차츰 전통적인 로마 신들과 같이 만들었다.
너무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로마인들은 신성화시키는 것을 좋아했는지, 나중에는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도 죽은 뒤에 신격화되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는, 로마인들이 신들에게 요구한 것은 '수호신' 역할이라고 한다. 수도 로마를 지키는 것은 최고신 유피테르를 비롯한 신들이고, 싸움터에서는 군신 마르스나 야누스 신이 그들을 지켜주고, 농업은 케레스여신이, 포도주 제조는 바쿠스 신이, 경제력 향상은 메르쿠리우스 신이, 병이 나면 아이스쿨라피우스 신이 지켜주고, 행복한 결혼과 여자를 지켜주는 것은 유노 여신이었다. 로마인들은 이런 수많은 신들이 자기들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로마인들은 타민족들의 신들을 배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신은 수호신이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구석구석까지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펴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로마의 고유한 신들

▒ 야누스(Janus)
야누스(Janus)는 사물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이다.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루스'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누마'는 출입문의 수호신이며 전쟁의 신이기도 한 야누스에게 바치는 신전을 지었다. 야누스신은 반대방향을 향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누마는 완성된 야누스 신전의 앞문과 뒷문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이 문은 전시에는 열리고 평화시에는 닫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마가 로마를 다스린 43년동안, 이 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영어로 1월을 'January'라고 하는데, 그것은 '야누스의 달'이라 하여 야누스신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 베스타(Vesta)
국가와 가정의 솥을 주재하는 여신. 베스타의 신전에선 베스탈이라고 하는 여섯명의 처녀 제사가 수호하고 있는 성화가 타고 있었다. 로마의 신앙에 의하면 국가의 안녕은 이 성화의 보존과 관계있으므로, 처녀 제사의 태만 때문에 그것이 꺼지는 일이 있을 때는 그녀들을 엄벌했고 꺼진 불은 태양광선에 의하여 다시 점화되었다. 그리스의 헤스티아 여신.

▒ 사투르누스(Saturnus)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와 동일시되는 사투르누스는 전설에 의하면 아들 제우스에 의하여 폐위되자 이탈리아로 도망하여 세칭 황금시대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동안 그곳에서 재위하였다고 한다.

▒ 마르스(Mars)
전쟁의 신. 전쟁뿐 아니라 농작물 경작도 담당했다.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에 해당한다.

▒ 플로라(Flora)
꽃과 열매의 여신. 고대 로마인들은 모든 사물과 생명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 팔레스
가축과 목장을 주재하는 여신.

▒ 파우누스(Faunus)
사투르누스의 손자. 들과 목자의 신으로 숭배되었고 예언의 신으로서도 숭배를 받았다. 그리스 신화의 '판' 과 동일시된다. 그의 이름의 복수형인 파우니는 그리스의 사튀로스와 같이 익살스런 신들의 일단을 의미했다.

▒ 테르미누스
토지 경계의 신. 그의 상은 거친 돌이나 기둥으로서 들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지상에 세워져 있었다.

▒ 퀴리누스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루스는 죽은후에 퀴리누스라는 이름의 신으로 추앙되었다. 그는 39년동안 왕위에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폭풍우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