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와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는 보이오티아에 있는 강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인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자 어머니는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에게 아들이 오래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예언자는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다" 라고 대답했으나, 당시에는 아무도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한 나르키소스...
수많은 여성들, 님프, 심지어 남자까지도 이 미소년에게 사랑을 구했으나 자존심 강한 이 청년은 모두 거절했다.
나르키소스에게 반한 수많은 님프 중 하나인 에코(Echo)는 원래 숲과 언덕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하는 아름다운 님프였다. 에코에게는 하나의 결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말하기를 좋아하여 잡담할 때나 논의할 때나 끝까지 지껄이는 것이었다.
어느 날, 헤라여신은 에코의 수다 때문에 제우스가 다른 여인과 바람피는것을 놓친 것에 분개해서 에코에게 벌을 내렸다. 그것은 먼저 말을 할 수가 없고 상대가 한 말을 되받아 한마디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벌을 받은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보고 사랑에 빠진 다음부터 그를 뒤쫓아 다니면서 그가 말을 건네주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동료들과 떨어지게 되었고 소리 내어 동료들을 찾았다.
그의 소리에 에코는 그가 내뱉은 말을 되풀이하며 나르키소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깜짝 놀란 나르키소스가 그녀에게서 도망치려하자 그녀는 부끄러움에 숲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그때부터 그녀는 동굴 속이나 깊은 산속에만 살게 되었다. 그녀의 형체는 슬픔 때문에 여위고 마침내 모든 살이 없어졌다. 그녀의 뼈는 바위로 변하고 그녀의 몸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목소리밖에 없게 되었다. 이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를 부르는 어떤 사람에게도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고 끝까지 말하는 옛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에코와 나르키소스, 워터하우스 작품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는 에코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님프에 대해서도 사랑을 거절했다. 나르키소스로부터 사랑을 거절당한 한 님프는 그가 사랑이 무엇인지 또 애정의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복수의 여신은 그 청을 승낙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에 지치고 갈증을 풀기 위해 샘까지 왔다.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굽힌 물속에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는 그것을 이 샘에 살고 있는 물의 요정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빛나는 두 눈, 디오니소스나 아폴론의 머리카락 같이 곱슬곱슬 한 머리칼, 둥그스름한 볼, 상아 같은 목, 갈라진 입술,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빛나는 건강하고 단련된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는 그 모습에 반해 키스하려고 입술을 댔다. 그러나 그것은 달아났고 잠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르키소스는 그곳을 떠날 수 없었고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고 언제까지나 샘 곁에서 서성이며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것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는 날로 초췌해졌고 아름다움은 점점 사라졌다. 그는 혼자서 가슴을 태우다가 죽었다. 그리고 그는 저승의 강을 건널 때도 배 위에서 몸을 굽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님프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나무더미를 준비하고 화장하려고 하였으나 시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대신 속은 자줏빛이고 흰 잎으로 둘러싸인 꽃 한 송이를 찾아냈는데, 이후 그 꽃은 나르시소스(수선화)라 불리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