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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의 그 모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여름날, 우스이에서 키리즈미로 가던 길에,
계곡에 떨어뜨렸던 그 밀짚모자 말이예요.
어머니,
그건 제가 좋아하던 모자였어요,
전 그 때 많이 분했었어요.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던 걸요.
어머니,
그 때 건너편에서 젊은 약장수가 왔었죠, 아마.
감색 각반에 토시를 한.
그리고 주워 주려고 굉장히 애를 써 주셨구요.
하지만 도저히 주울 수가 없었죠.
어째든간에 깊은 계곡이었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정말 그 모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때 옆에 피어있던 차백합의 꽃은, 이제 시들어 버렸겠지요.
그리고 가을에는 회색의 안개가 그 언덕을 덮고,
그 모자 아래에서 매일 밤 귀뚜라미가 울었을지도 몰라요.
어머니,
그리고 분명 지금쯤이면
오늘 밤쯤엔, 그 계곡 사이로, 조용히 내린 눈이 쌓여있겠지요.
옛날, 반들반들하게 빛나던 그 이탈리아 밀짚모자와
그 뒤에 제가 쓴 YㆍS 라는 이니셜을 감추듯, 조용히, 외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