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지음 / 두행숙 옮김 / 도서출판 들녘 / 전2권
멋~진 제목과 이색적인 책표지 그림에 끌려 구입한 책이다.
이야기는, 린트부름 요새의 젊은(!) 작가 지망생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자신의 대부시인 단첼로트의 죽음 이후, 자신의 또다른 스승이 되어줄 미지의 뛰어난 작가를 찾아 부흐하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1권 중반정도까지는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 진도가 빨리 나가지 못하다,
부흐링족의 등장이후는 아주 재미있었다.
부흐링족은 작은 체구에 눈이 하나인, 책을 아주 사랑하는 종족이다.
극중 주인공을 곤경에서 구해주고 알뜰히 보살펴 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부흐링족들의 비밀(!)도 하나씩 드러나는데,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종족을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이 소설의 백미는 '그림자 제왕' 이 자신의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부분이다.
글 프롤로그에서 작가의 무시무시하지만 왠지 코웃음치게되는 경고성멘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 이래서 난 판타지 소설이 좋다!!!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꿈같은 판타지 세상.
책을 사랑하고,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다.
- 꿈꾸는 책들
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사실상 과거에 존재했다가 이제는 소멸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흐하임의 모든 책 서가들과 상자들, 지하실들, 지하무덤들 속에는 그렇게 졸고 있는 책들이 백만 권, 아니 수백만 권에 달했다. 오직 무언가를 찾는 수집가의 손에 의해 어떤 책이 발견되어 그 책장이 넘겨질 때만, 그것을 구입해서 거기에서 들고 나갈 때에만 그 책은 새로이 잠에서 깨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책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①49)
-부흥링족
어떤 면에서는 우리도 역시 책 사냥꾼입니다.
우리들은 물론 그 전문적 살인자들과 같은 야만적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찾아 수집합니다. 마음과 이성으로 책을 찾지, 도끼와 칼을 들고 찾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고 배우기 위해서 책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잘 찾습니다! 더 진귀한 책을 찾아내지요. (①343)
- 오름
너는 그것을 느끼는 순간마다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 그것은 느낄 수 있다. 바로 그런 불과 몇 초 사이에 소설 전체를 위한 착상이 너의 머릿속에 쏟아져 내리게 된다. 너무나도 찬란해서, 천년이 지난 후에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그 글의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라 읊을 그런 대화를 쓴다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등 뒤에서 한 걸음 너를 너를 놓칠 수도 있고, 번개 치듯 네몸속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네 뱃속을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 너의 머릿속에서 뇌를 잡아 뜯어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한밤중에 네 가슴속에 들어와 앉아 네게 끔찍한 악몽을 꾸게 한 다음 거기에서 다시 네 소설이 구상되어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오름을. 오,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꼭 한번만 더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②343)
우리는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
삶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②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