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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

ѰԽù 46

우리의 신화를 찾아서

조회 수 5576 추천 수 13 2003.03.04 00:22:38

세상이 처음 열린 이야기 - 창세신화(1)

우리는 흔히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신화나 중국신화를 떠올린다. 그나마 우리나라 신화라고 하면 교과서에서 한 두번 본 기억이 있는 건국신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민간신화가 있다.

우리나라 신은 유일신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신들은 우리 인간을 보살피며, 신들은 각자 관장하는 영역에 충실한다.

신도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춤과 음악을 좋아하며, 대접받으면 기뻐하고, 가끔 심술도 부리고, 실수하는 신들도 있다. 이제부터 꼭꼭 숨겨진 우리의 신화 여행을 떠나보자...필자 주


이 세상 미륵이 처음 태어났을 땐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있었다.
하늘은 가마솥뚜껑 손잡이처럼 불쑥 도드라져 있었고, 땅은 네 귀에 구리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 때는 해와 달도 둘이었다. 미륵은 달 하나 떼어내어 불두칠성, 남두칠성을 만들고, 해 하나 떼어내어 큰 별을 만들었다.

그 큰 별은 임금과 신하별을 만들고 잔별은 백성의 적성(사람의 행년을 따라 그의 운명을 맡아본다고 하는 별)을 만들었다.

미륵은 옷이 없어 옷을 지으려고 했지만 옷감이 없어서 이산 저산 뻗어가는 칡을 캐어 껍질을 벗겨내고 섬유를 찢어 그 끝을 꼬아 잇고 익혀내었다.

칡장삼을 마련하고 전필은 등거리를 만들고 반필은 소매, 다섯 자 이는 섭, 세 자 이는 깃을 만들었다.

머리고깔 짓는 것은 한 자 세치를 뜯어내어 지은 것인데 눈밑도 안 내려와 석자 세치를 뜯어내어 머리고깔 지었더니 겨우 턱밑에 내려왔다.

미륵의 세월에는 생화식을 잡수셨는데, 하루는 불 안에 넣고 생낟알을 한 섬, 한 말을 잡수시고는 갑자기 '내 이래서는 안되겠다. 내 이 세상에 태어나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모르는 것은 말이 안되지. 그 근본을 알아야겠다'며 풀메뚜기를 잡아놓고, 슬문(무릎뼈)을 세 차례 치면서

"여봐라, 풀메뚜기야 ! 넌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아느냐?"
라며 물었다.

풀메뚜기는
"밤이면 이슬 받아 먹고, 낮이면 햇살 받아 먹고 사는 짐승이 그걸 어찌 알겠소. 나보다 한번이라도 더 보았을 풀개구리에게 물어보시오"라고 하였다.

미륵은 풀메뚜기 말대로 풀개구리를 잡아다가 슬문(무릎뼈)을 세 번 치며,

"풀개구리야!! 넌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아느냐?"고 물으니 풀개구리는 풀메뚜기와 같은 대답을 하면서 자신보다 두 세 번이나 더 보았을 새앙쥐를 잡아다 물어보라고 하였다.

미륵은 이번에는 새앙쥐를 잡아다 슬문을 세 번 치며 물과 불의 근본을 아는지 물었다.

새앙쥐는
"그걸 알면 나에게 어떤 공을 주시겠습니까?"하며 물었다.

미륵은 "그럼 너에게는 천하의 뒤주를 차지하게 하겠다"고 하였더니 새앙쥐는 "금덩산에 들어가면 한쪽은 차돌이요, 한쪽은 무쇠로 만든 쇠붙이인데, 그것을 툭툭 치니 서로 부딪쳐 불이 생겨났소. 그리고 소하산에 들어가면 샘물이 있는데… 그 샘물이 솔솔 나와 물이 난 것이오"라고 알려 주며 “내 물과 불의 근본을 알려주었으니, 당신은 인간의 근본을 알려주시오”라고 말했다.

미륵은 "옛날 옛적 어느날 내가 한 손에 은쟁반을 다른 한 손에 금쟁반을 들고 있었는데, 하늘에 축사를 하니 하늘에서 벌레가 금쟁반에 다섯, 은쟁반에 다섯이 떨어졌어. 그 벌레를 내가 지극정성으로 길렀는데 금벌레는 사내아이가 되고, 은벌레는 계집아이가 되었지. 그래 그 아이들이 자랐을 때 부부인연을 맺어줬어. 그 덕에 세상에 사람이 생겨나게 되었다네"라고 인간의 근본을 말해주었다.  


  
(이 신화는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신화이다. 이 세상을 처음 다스리던 신이 미륵으로 전승되고 있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인 미륵신앙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창세신화는 함경남도 함흥군 운전면 본궁리에서 전승되던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

  

박현숙 기자
2003/03/03 오후 4:30
ⓒ 2003 OhmyNews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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