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이 신의 계보 알려 주는 수준… 현란한 그림도 상상력 해쳐


"만화로 출간된 '신화'를 어린이들에게 권하지 마세요."
동화읽는어른모임은 월간 '동화 읽는 어른' 최근호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살펴보기'라는 글을 통해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면 인륜(人倫)에 대해 덤덤해질 위험이 크다."며, "어린이들에게 권할 책이 못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이런 신화 책을 모으면서까지 읽는 이유로 숨가쁘게 진행되는 박진감, 영웅과 미인의 매력, 지적 자족감(自足感) 등을 꼽았다.

그러나 정작 이 만화는 신화의 알맹이인 진취적 정신은 담지 못하고, 신들의 형제ㆍ자식이 누군지 따위의 곁가지에만 어린이들 관심을 머물게 하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탓에 어린이들은 신의 이름이나 줄줄 외우고, 계보를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 경쟁하는 유행이 퍼지고 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그림이 오히려 신화의 생명인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이 모임은 분석했다. 어린이들은 신화를 읽으며 신의 모습이나 특이한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데, 이미 만화에 나타난 그림이 이런 사고 활동을 막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발 미인을 질투쟁이로 묘사해 여성에 대해 그릇된 선입견을 심어 주고, 형제끼리의 잔인한 싸움을 아무 거름 장치 없이 보여 주는 것 등도 만화로 된 신화의 잘못으로 지적됐다.

현재 시중 서점에는 어린이용 '만화로 된 신화'가 수십 가지가 나와 있으며,신화 읽기 바람은 5 년 넘게 계속되는 중이다.

어린이문화재단 구현진 간사는 "어린이에게 제대로 구성된 신화 이야기와 바른 신화 읽기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원극 기자 wkseo@hk.co.kr

입력시간 : 2003-07-31 18:49
원본기사 :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0307/kd2003073118481627700.htm